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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해외 오케스트라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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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풍성합니다. 그만큼 한국 음악계가 세계 악단으로부터 메인 무대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또 올 하반기에는 조성진, 김성욱, 선우예권 등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이 모두 공연 무대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빈 필하모닉 & 2019 해외 오케스트라의 화룡점정 여러 악단 중에서도 3년 만에 다시 찾는 빈 필하모닉의 공연(11월 1일 예술의 전당)은 2020년 초부터 올해 클래식 음악계 최대 빅 이벤트 중 하나로 꼽혔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티켓은 이미 매진된 지 오래다.​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데도 매번 화제와 매진 사례를 모으는 이유는 빈 필이 베를린 필과 함께 클래식 음악계의 양대 축이라는 절대공식이 아직 건재함을 상징합니다. 그런 가운데 올해 공연은 특히 골수애호가 팬들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우선 이번 투어에 정해진 지휘자가 크리스티안 티레만이라는 점, 그리고 그들이 함께 연주하는 음악이 티레만의 주력 레퍼토리인 브루크너 8번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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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년 음악회를 지휘한 티레만은 데뷔하자마자 카라얀의 직계 계승자라는 영광스러운 애칭으로 불렸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통 독일 아리안계의 혈통을 잇는 독일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예술인재에 해당합니다. 한국은 2007년 뮌헨 필과 함께 처음 내한해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을 가졌는데, 물론 이 당시에도 매진 사례를 기록했습니다. 독일 정신의 계승자로 불리는 이 지휘자는 또 현대 최고의 브루크너 해석자이기도 하니 이번 서울 공연에 관심이 쏠릴 만도 합니다. 한번 연주하면 앙코르가 불가능할 정도로 악단에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는 브루크너 8번을 최고의 해석가가 지휘하는 본고장의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입니다.​


브루크너가 부담스러운 분은 빈 필의 대구 공연(11월 3일, 대구 콘서트홀)을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빈 필의 사상 첫 지방 공연인 대구 무대에서는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 지휘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와 예핌 브론프만이 협연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이 연주됩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 정명훈, 김성욱 그리고 독일의 정통 사운드


3년 전 빈 필 내한공연을 지휘했던 정명훈은 9월 27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지휘합니다(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이 악단은 마침 빈 필 내한공연을 지휘하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2012년부터 음악감독을 맡고 있군요. 서울을 거점으로 거장들이 주고받은 바통 체인지의 진상이 흥미롭다고 한다. 1548년에 창단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4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입니다. 음악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는 작곡가 칼 마리아 폰 베버, 리하르트 바그너가 역대 음악감독으로 활동했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이 악단을 이끌고 지휘했으니 그 역사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거점인 ジェン퍼 오페라극장이 공습을 받아 존립 위기에 처했지만 이를 무사히 극복하고 여전히 동독 특유의 선 굵은 사운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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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레만이 음악감독으로 있지만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전명훈과도 궁합이 맞기로 유명해요. 정명훈은 드레스덴에 자주 초대되는 환영받는 객원 지휘자이며 2015년에는 이 악단과 함께 아시아 투어를 다닌 뒤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성욱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브람스 교향곡 2번이 연주될 예정입니다. 두 곡 모두 정명훈의 장기이기도 합니다. 유서깊은독일악단의전통적인사운드로정통독일레퍼토리를경험할수있는기회라고할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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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관현악단-조성진 레어템 러프 1번 협연 필라델피아 사운드 판타지아 영화음악 관현악단으로 유명한 필라델피아 관현악단도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악장 데이비드 킴이 한국인이라 우리에게 더 각별한 접감을 줍니다. 이들은 11월 9일과 10일 각각 아트센터 인천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예정입니다. 2012년부터 이 악단의 음악감독을 맡아 환상적인 궁합을 보이고 있는 야닉 내제 세겐이 2년 전과 똑같이 지휘봉을 잡는데요. 캐나다 출신 세겐은 제임스 레바인에 이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차기 음악감독으로 임명돼 미 대륙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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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의 관심 포인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 무대입니다. 지난해 발매된 조성진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앨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지휘자가 바로 야닉 네세 세겐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이 두 아티스트는 해외에서 정기적으로 함께 공연 무대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드물게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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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로얄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러시아 로맨틱 프로그램의 정수,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덴마크 로얄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도 놓칠 수 없습니다. 기록상으로는 1448년에 창설되었다고 하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보다 100년 더 전통이 있는 북유럽 악단입니다. 하지만 1448년 창단 당시에는 풀 편성이 아닌 궁정 트럼펫 악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오케스트라에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스트라빈스키, 레너드 번테렌트인, 첼리비다케, 마리스 얀손스 등 역사적인 거장이 다녔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 음악감독인 토머스 손더가드의 지휘로 그들만의 독보적인 레퍼토리인 칼 닐센의 가면무도회 서곡을 비롯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무소르구스키의 전람회 그림이 연주될 예정입니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협연할 예정이라고 하니 팬들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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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오케스트라는 거의 3년 주기로 세계 투어를 해요. 이번에 보지 않으면 3년을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풍성한 올가을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을 놓치지 마세요.노승림(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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